그 동안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무엇, 보이는 세계와 서로 상응하는 그곳, 오감으로 감지할 수 있는 현실세계 너머, 그러나 이곳과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낯섦 너머의 오묘한 세계를 빛으로 그려왔다. 빛으로 그리는 행위는 몸과 마음과 영혼이 조화롭게 리듬을 타는 것으로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기보다는 몸으로 체감한 긍정적 에너지를 전하는 행위였다.
사유가 사라지게 하는 공간이 있다. 그곳은 특별한 장소이기도 하지만 관념의 울타리를 벗어난 모든 공간이기도 하다. 그곳은 밖이지만 간혹은 내 안이기도 하다. 그곳에 닿으면 나는 단순히 시각에만 의존하지 않고, 모든 감각을 동원한다. 모든 감각이 열리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이 작업에서는 다양한 형상과 기호였던 빛이 나비로 함축되었다. 이곳과 저곳을 오가는 존재, 영혼을 상징하는 나비는 두 세계를 잇는 관문이자 메신저인 까닭이다. 이번 작업의 타이틀로 쓰인 Nabi는 히브리어로 선지자를 뜻한다. 또한 이따금 나타나는 원형은 우주의 근원적인 형태이자 질서에서 발원한 것이다. 단순히 외형적인 형태로써의 원형이 아닌 그 안에 담긴 기운을 전달하기 위해 나비의 형상을 통해 표출했다.
2015. 이정록
With light, I have been painting something that exists despite its invisible nature; places that correspond to the visible world, places beyond our sensual cognition, profoundly mysterious places that nevertheless cannot be separated from our world of cognition. Painting with light is the body, mind, and the soul harmoniously following the rhythm; it was an act of delivering positive energy felt by the body, rather than creating something from nothing.
There is a space in which reason dissipates. That is a special place which is outside of the fence of concepts. The place is outside and inside of my self at the same time; when I reach that place, I do not merely depend on my sight, but I exploit all of my senses. When all senses are unlocked, a new world is opened. While creating this peace, I summarized lights in various symbolic forms into nabi, the butterfly. The butterfly, symbolizing a being moving from this world to the other, a spirit, was used to signify a gate and a messenger linking the two worlds. Nabi, the title of my work, also means prophet in Hebrew. The sphere that sometimes appears stems from the original form and order of the universe. I expressed the spirit inside the form, not the form itself, in the form of nabi, the butterfly.
2015, Lee, Jeong-lok
밤과 낮이 섞이고 빛과 어둠이 부드럽게 엉키는 시간이 오면, 깊고 그윽한 공간의 에너지가 서서히 드러난다. 그러면 나는 그 신비로운 순간의 에너지를 필름에 가득 퍼 올린다. 서서히 어둠이 내리는 동안 흙탕물이 서서히 가라앉듯이 내 안의 감각과 분별의 소음이 사그라진다. 시나브로 나는 경건한 태도로 공간의 에너지 안으로 깊숙이 침잠한다.
세상이 완전한 어둠에 잠기고 내 안과 밖의 에너지가 완전히 조우하면 나는 그 때 다시 셔터를 올린다. 암흑 속에서 플래시가 번쩍,하고 터질 때마다 하나의 나비가 탄생한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수십 수백의 에너지가 나비가 되어 필름에 각인된다.
내가 작업에 사용하는 순간광은 찰나의 빛이다. 찰나의 빛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실체를 잡을 수 없는 에너지 그 자체로, 내 작업의 핵심 도구이자 주요한 상징이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무엇, 그것으로부터 체감한 긍정적 에너지를 전하는 매개체로써의 빛은 밝음과 어두움, 부드러움과 강함, 조화와 균형 안에서만 발현 가능하다.
동양에서 나비는 영혼을 상징한다. 나비는 이곳과 저곳을 오가는 존재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마저도 자유롭게 넘나든다. 우연찮게도 나비와 같은 소리를 지닌, Nabi는 히브리어로 선지자를 뜻한다. 그런 연유로 다양한 형상과 기호였던 빛이 이 시리즈에서 나비로 응축되었다.
그 동안 주로 호남에서 이루어졌던 작업이 제주에 이르게 된 것은, 원시적인 자연이 품은 근원적인 에너지에 이끌려서였다. 몇 해간 제주 작업을 하다가 중국 주가각으로 거처를 옮긴 것은 오랜 시간 자연과 더불어 삶을 꾸려온 전통적인 생활의 공간이 품은 에너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일본 토호쿠에서의 작업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순식간에 폐허가 된 현대 문명의 터전에서 올리는 간절한 기도였다.
탄압받던 초기 기독교인들의 안식처였던 터키의 카파도키아에서는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는 대지와의 깊은 교감, 그 숭고한 체험을 시각화했다. 캄보디아의 씨엠립에서는 모진 풍파에도 여전히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크메르인들의 사원에서 얻은 고요와 평안을 담아내고자 했다.
Nabi Ⅱ
When day and night get mingled and so do light and darkness, there surfaces the deep and soothing energy of time and space. Then I capture and record the mysterious energy of that moment on my film. As the darkness falls, my senses and reason get tranquilized. Slowly and quietly, my humble being gets drawn deep into the energy of the space.
When the world falls under the spell of the darkness completely, the energies in and out of myself meet each other once again and at that moment I press the shutter again. Everytime the flash goes off in the dark, a nabi comes into being. One, two, three, four, five……, tens and hundreds of energies turn themselves into nabis and land on my film.
The “Instant Flash” that I use for my work is an instant light. It certainly does exist but is an energy that cannot be captured. It is the most essential tool and also the most significant symbol in my photography. We now have something invisible that does exist and the positive energy that was transmitted by it. The light as a medium of such energy can only be manifested through light and darkness, gentle and tough, and harmony and balance.
Butterflies represent the soul in the East. Butterflies fly between here and there, even crossing the border between life and death. Coincidentally, the Korean word for butterfly, nabi, also means “prophet” in Hebrew. Because of this, the light in various forms and symbols is concentrated as butterfly in this series.
I moved my work field from the Honam area (the south western part of S. Korea) where I did most of my work to Jeju. I was simply drawn by the fundamental energy that the Jeju island’s primitive nature held in it. After several years in Jeju, it was Zhujiajiao in China that my curiosity led me to for its great energy stemmed from the traditional lifestyle and nature of the town. The work in Tohoku was my earnest prayer, from the site of fallen civilization by the Tohoku earthquake.
Then I was in Cappadocia in Turkey, a once sanctuary for the suppressed Christians. There I tried to visualize the noble and sympathetic connection with the earth that was emitting an intense energy. Lastly, in Siem Reap, Cambodia, I wanted to highlight peace and calmness found in the Khmer temples that was still miraculously standing even after their long and harsh pa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