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에 따르면 언어는 존재론적이지 인간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발명된 도구가 아니다. 다시 말해 말과 언어란 의사소통을 위하여 인간이 고안해 내고 약속한 기호 체계가 아니라 사물이 그 안에서 존재를 드러내고 존재하는 존재의 집인 것이다.
또한 발터 벤야민은 언어는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물(존재)이 언어를 갖고 있으며, ‘말함’으로써 사물이 창조되고 인식된다고 보았다. 언어의 본질을 발견하여 그것을 ‘이름’ 했기 때문에 이름 자체가 본질을 드러내고 사물, 자연과 인간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우리 민족의 언어인 훈민정음은 역사 속에서 음양오행 사상과 삼재론을 결합하여 만들었다. 첫째, 자음은 각기 5행에 해당하는 5개의 자음, 곧 ㄱ(木), ㄴ(火), ㅁ(土), ㅅ(金), ㅇ(水)에 가획을 했고, 둘째, 모음은 천지인 삼재를 상징하는 .(天), ㅡ(地), ㅣ(人) 3개의 기본 모음을 우주의 원리대로 조합했다. 셋째, 한글의 초성(天), 중성(人), 종성(地)을 합쳐 하나의 낱글자로 완성한 것도 삼재론에 입각했다. 그러므로 한글의 낱글자 하나하나는 이미 음양오행론과 삼재론 등이 결합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음이나 모음이 왜 그러한 모양인가를 철학의 원리에 따라 설명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문자 체계라고 한다.
철학자 다석 유영모는 다음과 같이 자음을 풀이한다. ‘ㄱ’은 무엇인가를 위에서 수직으로 내려 보내는 모습인데 하늘에서 생명의 씨가 내려오는 뜻을 머금는다. 그리하여 우리말의 거룩, 검 등이 ‘ㄱ’으로 시작한다. ‘ㄴ’은 하늘에서 내려 주는 그 무엇을 순하게 받드는 뜻을 담는다. ‘ㅁ’은 언어의 시초이며 근본이 되는 것으로서 입과 관계된 모든 일, 즉 마시다, 말하다 등이 바로 ‘ㅁ’에서 시작된다. ‘ㅅ’은 두 다리로 서 있는 생명이며 약동하는 사람의 형상이다. 유일하게 머리를 하늘에 두고 직립하여 사는 인간은 하늘을 본받고 땅을 따르는 인격의 소유자가 되어야 함을 뜻한다. 사람, 삶, 숨, 싹, 씨 등이 ‘ㅅ’으로 시작하는 이유다. ‘ㅇ’은 그 모양에서 보듯이 공(空)이다. 공(空)은 시간성의 근원이자 공간성의 근본이 된다. 우리말의 ‘~이다’란 것이 ‘ㅇ’으로 시작하는 연유다.
이러한 풀이를 바탕으로 한글 자음만 가지고 진리를 이야기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ㅁ ㅂ ㅍ ㅅ(물, 불, 풀, 생명)이다. 땅에서 올라오는 물과 하늘에서 내려오는 불이 합쳐져서 생명(ㅅ)인 풀이 된다는 것. 곧 하늘과 땅이 만나 생명을 키워 낸다는 뜻이다. 천지인 삼재사상이다.
나는 이번 작업을 통해 소리 문자인 한글을 뜻 글자로 읽어 내고 상형문자로 봄으로써 그 속에서 자연의 의미를 풀어내고 소통을 시도하고자 한다. 자연을 관찰하고 더 나아가 자연과 공명하며 그 언어의 본질을 읽어 내서 한글 기호로 가시화하는 것이다.
예컨대 오행상 흙(土)을 상징하는 기본 자 ㅁ은 위로 확장하면 ㅂ이 되고 옆으로 확장하면 ㅍ이 된다. 개발을 위하여 파헤치고 남은 흙더미에는 끝없이 영토를 확장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서려 있다. 그러한 욕망들은 파괴하다, 파헤치다 등의 첫 자음인 ‘ㅍ’이 흙더미를 삼킬 듯 휘감아 도는 형상으로 표현된다. 보리밭에서는 ‘수’라는 기호를 사용했다. 한글 ‘수’가 아닌 ‘l’(지평선 아래에서 기운을 끌어올림), ㅡ(땅에 기운을 모음), ㅅ(땅 위로 생명력을 산출함)의 조합이다. 또한 풀이 무성한 곳에서는 ‘ㅁㅂㅍㅅ’을 탑 형태로 쌓아 올렸다. 이는 앞에서 본 대로 땅의 물과 하늘의 불이 만나 풀을 만들고, 그러한 자연의 산출력을 바탕 삼아 인간이 문명을 쌓아 올린다는 해석이다. 또한 갯벌에서는 ‘ㅈ’을 썼는데 ‘ㅡ’, 수평선 혹은 땅 밑에 ‘ㅅ’, 뭇 생명이 우글대는 모습으로 해석했다.
음성, 파동, 형상 등의 요소를 복합적으로 내포한 언어성을 표현할 때는 ‘빛’을 끌어 왔다. 장노출 상태에서 스트로보를 사용하여 특정 형상을 빛으로 뿜어내고 숨, 아우라, 파동 등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빛의 번짐 효과를 이용했다.
벤야민은 살아 있는 자연에서든 살아 있지 않는 자연에서든 언어에 참여하지 않은 사건이나 사물이란 없다고 한다. 모든 사건이나 사물은 본질적으로 그 자체의 정신적 내용을 전달하게끔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어가 한갓 자의적 기호나 전달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개별적 고유성이 무시되고 사물의 정신적 언어적 본질이 부정된다. 즉 자연은 인간의 도구,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목소리를 가지지 않는 사물들에게 인간의 언어로 그 언어의 본질에 맞는 음성을 부여할 때 자연은 더 이상 단순한 인식의 대상이 아닌 소통의 상대가 될 것이다.
경관공학자인 강영조는 근대 이후, 바람과 태양에 의해 순간에 드러나는 주관적 아름다움을 가리키는 ‘풍경’이라는 언어보다, 균일성과 등가성이라는 세계 공통의 해석을 적용한 객관적 형상을 의미하는 ‘경관’이라는 언어가 득세했다고 말한다. 자연을 소통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인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풍경이란 눈에 보이는 대지의 모습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계기로 우리 내면에서 일어나는 이미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바라본 풍경이 말 걸어 주기를 기다리며 그 풍경을 한글에 기초한 나의 언어로 해석하여 필름에 기록함으로써 소통을 시도한다.
이정록 / 2012
Decoding Scape
According to Heidegger, language is ontological and not a tool invented for human communication. In other words, speech is not a system of symbols devised and agreed by humans to serve the purpose of communication but is the house of being where objects reveal their existence and exist within.
Walter Benjamin had also stated language is not exclusive to humans but that it belongs to all matters (beings). He claimed object is created and recognized by ‘speaking’ it. In his views, finding its linguistic essence and ‘naming’ it revealed the name itself and allowed communication among object, nature and human.
Hunminjeongeum or Hangeul is the letters and language of Korean people, and historically it was created by combining the philosophy of yin-yang and 5 energies (eumyang-ohaeng) as well as the 3 elements theory (samjaeron). Firstly, consonant alphabets are derived from 5 basic consonants representing the 5 energies; ㄱ (wood), ㄴ (fire), ㅁ (soil), ㅅ (metal) and o (water). Secondly, vowels are made from 3 basic vowels representing the 3 elements; . (heaven), ㅡ (earth) and l (human). Then the three are combined together following the rules of universe. Thirdly, hanguel takes 3 single alphabets for initial (heaven), medial (human), and final (earth) sounds then combine them to form a single letter which too is based on the 3 elements theory. Thus the notion of yin-yang, 5 energies and 3 elements are incorporated into every letter in Hangeul and it is the only alphabetic system in the world that can explain why its vowels and consonants are shaped the way they are.
Korean philosopher Yu Yeong-mo interprets Korean consonants as follows. ‘ㄱ’ is a shape showing something being lowered down from above, meaning seed of life descending from heaven. That is why Korean word for holy (거룩 georuk) and sword (검 geom) start with ‘ㄱ’. ‘ㄴ’ holds the meaning of accepting something obediently. ‘ㅁ’ is the beginning and root of the language, and all words related to the mouth, such as drinking and speaking in Korean begin with ‘ㅁ’. Meanwhile ‘ㅅ’ takes the form of person standing on two feet, dynamic and lively. Humans are the only being on earth that hold their head high towards the sky, and the letter implies humansneedtofollowtheheavenandobeytheearth.Thisiswhywordslikehuman(사람 saram), life (삶 sam), breath (숨 sum), sprout (싹 ssak), seed (씨 ssi) all start with the alphabet ‘ㅅ’. As you can see from its shape, ‘ㅇ’ is void. This is the origin of time and basis of space. Korean sentence often ends with the term ‘~이다’, a term equivalent to the English verb ‘be’, and it also begins with alphabet ‘ㅇ’. Based on such interpretation, everlasting truth can be explained by just using vowels and consonants of Hangeul. Here is an example.
ㅁ ㅂ ㅍ ㅅ (Initials for 물, 불, 풀, 생명 meaning water, fire, grass and life)
Water springing from earth meets fire from the sky to become grass, or life (생명 saengmyeong). Heaven meets earth to bear life. The 3 elements of samejaeron.
In this project, I intend to see phonetic letters of Hangeul as ideograms and hieroglyphs, in order to unravel meanings of nature from them and communicate. By observing nature, and furthermore empathizing with it, its linguistic essence can be recognized and visualized into Hangeul symbols.
For instance, basic consonant ㅁ symbolizing soil among 5 energies, becomes ㅂ when the top is extended and ㅍ when both sides are expanded. Pile of soil left behind after violent dig ups for development is wrapped with desire of humans. Such desire is expressed with ‘ㅍ’, initial letter of the word meaning ‘to destroy’ (파괴하다 pagoehada) or ‘to dig up’ (파헤치다 pahechida), and the letters swirl around the soil pile as if they are about to swallow the whole thing. Symbol ‘수’ was used at the barley field. The letter reads as ‘su’ in Hangeul but here it is more than a letter but is a combination of ‘l’ (drawing energy from underground), ㅡ (accumulating energy on the ground) and ㅅ (producing power of life onto the ground). Then letters ‘ㅁㅂㅍㅅ’ were piled up like a tower at a field full of grass. As explained before, this can be explained as water from ground encountered with fire from heaven to create grass and that through such production of nature humans have built up the civilization. ‘ㅈ’ was used at mud flat, a combination of ‘ㅅ’ representing life (생명) teeming beneath ‘ㅡ’, symbolizing horizon or ground..
Light was used to express linguistic features containing complex elements of voice, wave, shape and more. Strobe light was used during long-exposed state so that certain forms will glow with light, and to emphasize the feeling of breath, aura and wave, light smearing effect was used.
According to Benjamin, there is no event or object that does not take part in language in both environment of living and non-living. This is because every event or object is fundamentally designed to deliver its own story of mind. However, as language turned into mere arbitrary symbol and method to convey meaning, individual characters were ignored and spiritual, linguistic fundamentals of the object denied as well. Nature has fallen into tools for humans, subject of exploitation. Still when a voice in human language true to its linguistic essence is bestowed upon those voiceless objects, nat
Landscape engineer Kang Yeong-jo explains since modern times, the word ‘landscape’ which is an objective view using universal interpretation of uniformity and equivalence had gained power over the word ‘scenery’ which indicates subjective beauty momentarily created by wind and sun. Nature came to be viewed as a subject of recognition rather than something to communicate with. However I believe scenery is not a word to designate perspective state of the earth but an image phenomenon created inside the humans because of it. I wait for the scenery I see to start the conversation and I try to communicate with it by interpreting the scenery with my own Hangeul-based language and document the result on film.
Lee, Jeong Lok / 2012